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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의 말고기 요리 베쉬바르막과 만두, 셀러드와 김치 이야기

중앙아시아 라이프 2022. 2. 4. 03:08

# 중앙아시아의 음식

 

2019년 키르기스스탄에서 베쉬바르막을 처음으로 먹어봤다. 키르기스스탄에는 말을 방목해서 많이 키우는데 예전처럼 말을 농사일과 운송수단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식용을 목적으로 키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전 고등학교 시절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민속촌에서 판매하던 말뼈가루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한국에서도 말고기가 있다는 것을 처음 인지했었다. 한국에서 말고기를 구경할 일이 거의 없지만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말고기를 맛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보통 결혼식 등 큰 잔치에 말고기가 자주 등장한다. 

 

 

 

키르기스스탄은 국토의 94% 이상이 산악지형으로 이뤄져 있고 말과 양을 방목해서 키울 수 있는 초원지대와 산이 많기 때문에 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같이 일하던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약 1000$ 정도면 말 한 마리를 살 수 있다고 하니, 말을 직접 키우는 것은 도시에서 어렵겠지만 키르기스스탄 시골에 살게 될 경우 말 한 마리를 사서 같이 놀고 키우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동네 목동에게 약간의 돈을 지불하면 말을 산으로 들로 데리고 다니면서 키워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중앙아시아의 식재료는 매우 제한적이다. 고기와 밀가루 그리고 감자, 당근, 양파, 향신료 정도가 일반적인 식재료다. 보통 화덕에 동그란 모양으로 구워낸 난 혹은 논이라고 불리우는 빵과 샐러드, 고기볶음 혹은 튀김요리, 수프 정도로 식사를 한다. 위구르족의 음식문화가 중앙아시아에 영향을 미쳐서 볶음 면요리, 만두 등의 음식도 있긴 하지만 한국의 음식처럼 다양한 식재료와 다양한 조리방법으로 요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내륙국이라서 당연히 바다가 없지만 강에서 잡은 붕어, 매기, 쏘가리, 이름 모르는 민물고기를 시장에서 판매하지만 민물고기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생선요리의 경우 대부분 작게 잘라서 기름에 튀겨먹는 요리법이 대부분이다.  시장에 가면 소고기 1kg를 약 8$에 판매하는 반면 민물고기는 1kg에 5$정도에 판매하기 때문에 혹시 민물고기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기회의 땅일 수도 있겠다. 

 

# 중앙아시아 베쉬바르막

 

베쉬바르막은 말고기를 푹 삶아낸 국물에 넓게 만든 밀가루 면을 넣어서 삶고 말고기 육수와 삶은 고기를 부위별로 썰어서 내놓은 음식이다.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은 말고기를 상당히 몸에 좋고 칼로리가 높아서 스테미너에 좋은 음식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말고기 요리를 먹으면 몸에 힘이 생기는 보신용 음식으로 평가한다. 대부분의 말은 방목해서 키우고 산과 들에서 신선한 풀과 약초를 먹기 때문에 말고기는 다른 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긋하다고 믿는다. 물론 염소와 양, 소들도 대부분 방목을 해서 키우지만 말고기에 대한 기대와 평가는 더 후하다. 

 

 

 

베쉬바르막 위에 토핑처럼 올려지는 고기는 말의 다양한 부위의 고기가 있는데 말고기로 만든 소시지? 혹은 순대 모양으로 생긴 고기가 올려지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말의 창자로 만든 곱창 부위도 들어간다. 즉 말의 모든 부위의 고기가 골고루 들어가기 때문에 다양한 말고기의 부위를 맛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중앙아시아 음식을 가지지 않을 만큼 중앙아시아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한국인에게 닭, 소, 돼지고기는 익숙하지만 양고기 혹은 염소고기의 냄새는 약간 불편할 수도 있는데 말고기의 경우는 전혀 불편한 고기 냄새가 나지 않는다. 살에 붙어 있는 지방 부분을 먹어도 전혀 누린내가 나지 않을 정도로 특별한 간을 하지 않아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말고기로 만든 요리이며 고기도 상당히 많이 올려져 있지만 가격도 생각보다 그리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10~15$정도면 2명에서 나눠먹을 수 있을 정도니, 중앙아시아에 방문을 할 기회가 있으면 꼭 한 번 먹어 보길 추천한다. 말고기뿐만 아니라 직접 손으로 만든 수제 면도 상당히 맛과 식감이 좋다. 베쉬 바르막을 먹은 날은 다음 한 끼를 먹지 않아도 될 만큼 포만감이 상당히 크다.

 

# 중앙아시아 만두

 

만두는 중앙아시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식 중에 하나다. 현지식 발음도 만틔, 만투 등으로 불리는데 만드는 방식과 맛도 한국 만두와 비슷하다. 다만 한국 만두에 비해서 고기와 지방을 많이 넣고 향신료를 첨가하기 때문에 한국사람에게는 좀 느끼한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고기로 만든 고기만두는 소고기를 사용하거나 양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양고기를 즐겨먹는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양고기의 기름이 많이 들어간 만두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한국 만두는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만들어지는 반면에 중앙아시아의 만두는 대부분 상당히 큰 편이라서 한입에 먹기 힘들다. 그래서 만두 3~4개만 먹으면 간단한 점심식사 대용으로 충분할 정도다. 만두에 들어가는 속재료 중에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늙은 호박 속을 사용해서 만드는 만두도 있다. 고기만두의 느끼함을 싫어하는 현지인들이나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좋다. 중앙아시아는 중국인들도 비즈니스 목적으로 많이 거주하고 있어서 중국사람이 운영하는 중국식당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가끔 중국식당에 가서 만두를 시켜 먹은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중국식 만두가 한국사람 입맛에는 더 괜찮다. 

 

# 중앙아시아 샐러드 그리고 한국 김치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샐러드를 즐겨먹는다. 대부분 오이, 토마토, 양파, 당근을 사용해서 소금을 조금 넣어서 무치거나 소금물에 담가서 절이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가끔식 매운 고추가 음식에 곁들어 나오기도 하는데 고추가루를 활용한 매운 셀러드 및 음식은 없다. 토마토와 오이의 경우 겨울에는 가격이 2~5까지 올라가는데 비닐하우스에서 제배하거나 수입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름부터 초가을 까지 야체의 가격은 매우 저렴하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여름이 오이 및 토마토를 많이 구매해서 소금물에 절여서 겨울에 먹는다. 한국의 김장문화와 같은 개념이 존재하는 것이다. 

 

 

 

중앙아시아의 음식에는 고기 지방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샐러드를 섭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식당에 가면 한국처럼 반찬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보통 원하는 셀러드를 별도로 주문을 해야한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야체 가격이 워낙에 저렴하기 때문에 5백원에서 1천원 사이에 원하는 셀러드를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한국의 김치를 매우 좋아한다. 처음 먹어본 사람은 김치의 감칠맛과 그 고유의 맛에 감탄을 하는 게 보통이다. 아마도 소금에 절이는 방법을 넘어서서 액젓의 감칠맛과 고춧가루의 강렬함이 그들에게는 새로운 개념의 샐러드로 인식되는 것 같다. 김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의 대형 마트에서는 한국 김치를 판매한다. 그리고 한국인 혹은 현지인이 김치공장을 운영하거나 인근 국가에서 만든 한국 김치를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으로 다시 한번 한국문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현지인들의 한국 김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