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심은 거창한 선언 없이 온다.나의 박사 도전은 그랬다. 화려한 동기부여 연설도, 인생의 전환점 같은 극적인 사건도 없었다. 다만 현장에서 거듭 부딪히는 질문 하나가 있었다. "지원이 끊긴 뒤에도, 마을은 스스로 굴러갈 수 있을까?" 국제개발협력 일을 하면서 수십 개의 마을을 만났고, 수백 번의 회의를 거쳤다. 사업은 성과를 냈지만, 지원이 끝나는 순간 조용히 멈추는 것들을 나는 너무 많이 봐왔다. 그 침묵 앞에서 나는 언제나 같은 무력감을 느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무력감에 이름을 붙여보고 싶어졌다. 이론으로, 근거로, 그리고 논문으로. 그렇게 나는 우즈베키스탄 국립대학교의 문을 두드렸다.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공부 체질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몸으로 배우는 것엔 자신이 있었지만, 책상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