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오랜 시간 살아보면 의외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그중에서도 옷차림에 대한 자유는 가장 달콤한 변화 중 하나다. 한국을 잠시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거리마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얼마나 세련되고 유행에 민감한지이다. 하지만 해외 생활 14년 차인 나는 이제 그런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옷을 신경 쓰지 않아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이곳 키르기즈스탄에서의 삶은, 어쩌면 내가 원하던 자유를 준다. 며칠 전, 오쉬라는 남부 도시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을 경험하게 되었다. 옷을 수선할 일이 생겨 도시 중심에 있는 수선 가게를 찾아갔다. 수선 가게들이 모여 있는 낡은 건물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나는 단순히 몇몇 옷을 고쳐 입고 돌아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곳이 나에게 뜻밖의 시간을 선물할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