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소련, 중앙아시아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의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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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그리고 이중언어를 넘어서 삼중언어

중앙아시아 라이프 2022. 1. 8. 12:52

# 국제결혼과 이중언어

 

한국 나이로 이제 첫째가 8살, 둘째가 6살이다. 첫째의 경우 이제 나이에 걸맞게 학습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면서 제법 말을 조리 있게 하기 시작한다. 아빠는 한국사람, 엄마는 미국 사람이라는 가정환경에 맞춰서 2개 언어를 집에서 사용하는데 엄마랑은 영어, 아빠랑은 한국어로 대화를 자연스럽게 한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아이들은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많고 정서적으로 엄마와 더 친밀하기 때문에 영어실력이 한국어 실력보다 좋다. 엄마가 한국어를 아예 못하지는 않아서 가끔 엄마가 아이의 한국어 연습을 위해서 약간 부족한 한국어로 대화를 하면서 아빠와의 부족한 한국어 대화 시간을 채워주기도 한다. 주말마다 아내가 홈스쿨링 프로그램을 통해서 영어수업도 해주고 책도 많이 읽어주는 등 영어에 대한 걱정은 없지만 오히려 한국어를 잘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다.

재작년에는 한인회에서 운영하는 한글학교에 다녔었는데 유치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 없어지면서 지금은 한국어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다. 몇 번 내가 한글을 가르쳐주려고 시도는 해봤는데 쉽지가 않다.

그래도 한국어로 말하기는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자연스럽게 어느정도 구하는 할 줄 아니 그것만 해도 감사하다. 다.

 

 

# 자연스럽게 배우는 현지어 & 삼중언어

 

기특하면서도 안타까운 것은 한국어보다 현지어를 더 잘 한다라는 사실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영어로 공부하는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현지인들이 다니는 사립 유치원을 보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유치원 교육과정에 따라서 운영되고 있는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유치원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 따로 현지어 공부를 시킨 것도 아니라서 유치원에 처음 보낼 때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 걱정도 되고 미안한 마음이 컸다. 기특하게도 적응기간이 지난 후에 두 명 다 유치원에 잘 적응을 하고 있는데 하루 종일 현지어로 수업을 받고 우즈베키스탄 아이들과 놀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지 언어를 배우게 된다. 어릴 적부터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분과 생활하면서 현지어를 자연스럽게 듣고 자라기는 했지만 유치원을 보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서 고민이 많았었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 영어, 현지어, 한국어 순서로 언어가 쉽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첫째 아이한테 물어보니 자기는 영어보다 현지어가 더 쉽다고 해서, 이게 뭔가 싶기도 하다. 국제결혼을 했기 때문에 2중 언어에 대한 자연스러운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3중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신기하고 고 기특하다. 물론 아직 어리기 때문에 현지 언어의 경우 계속 사용을 하지 않으면 잊어버릴 수 있겠지만 만약에 현지어 능력을 계속 유지한다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상당한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 

둘째 아들은 아직 어려서 영어, 한국어, 현지어 실력이 고만고만해서 언어적인 능력을 평가하기 어렵지만 첫 째 정도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하이 리스크 & 하이 리턴

 

해외에서 가족과 같이 오래 생활을 해보면 득과 실이 분명하다. 특별히 업무 특성한 저개발국에서 보통 생활을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불편한 것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중에 가장 불편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게 아이들의 교육문제다.

해외에서 생활하시는 선교사님들 처럼 한 국가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것이 아니라 2~4년 정도 파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자주 바뀌게 된다. 그리고 현지 언어로 공부하는 학교에서 교육을 할 경우 다른 나라로 이동시에 현지어가 바뀌기 때문에 영어로 교육을 하는 국제학교 혹은 사립학교에 아이들이 다닐 수밖에 없다. 국제학교 혹은 영어로 수업을 하는 사립학교의 경우 학비가 상당히 비싸고 좋은 퀄리티의 교육을 제공하는 곳부터, 영어로 수업을 하지만 학교 시설 및 교육 퀄리티가 비교적 떨어지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국제개발협력 민간분야의 경우 대부분의 개발협력 한국 NGO들의 경우 경제적인 여건 상 자녀들을 고급 국제학교로 보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미취학 아동이 있거나 싱글 혹은 자녀가 없는 경우는 이러한 고민으로부터 자유롭다. 처음 해외 파견직으로 일할 때에는 호기롭게 어느 나라던지 다 가겠다고 했었지만 이제 아이들의 교육 문제로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시간이 다가온다. 

누구에게는 삶의 고난과 도전이 있기 마련인데, 그 어려움을 잘 이겨낼 경우 삶을 살때에 큰 도움이 되지만, 그 반대로 큰 어려움 앞에 무너진 경험은 자칫 인생의 큰 트라우마, 혹은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어린 아들 두명을 데리고 해외생활을 하고 있는 나의 결정은 하이 리스크이지만 이것이 아이들의 미래에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엄마 아빠의 결정에 따라서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중앙아시아의 3개국에서 자연스럽게 살고 있는 두 아들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까? 남들과는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자라고 있는 이 경험이 아이들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기를 바란다.